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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7-10-31 21:20
그토록 바라던 '해탈로 가는 도의 길목'에 서보니
 글쓴이 : 용두
조회 : 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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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익은 석류를 차지해 맛있게 먹던 주인이 벌써 세 마리나 있었다.
▲  익은 석류를 차지해 맛있게 먹던 주인이 벌써 세 마리나 있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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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자고 그랬을까. 매년 초 누구나 그렇듯 신년 계획 혹은 목표를 세운다. 나도 다르지 않았다. 때가 되었을까. 올 초, 당치않게, 느닷없이, 뜬금없이, 즉흥적으로, 다가온 꿈 하나가 있었다. '해탈' 또는 '득도'. 왜 그런 생각이 들었는지 알 수 없다. 허나, 불가에 귀의하지 않고, 속가의 중생으로 도전해봐야겠다는 무모한 생각이 겹쳐졌다. 분명한 건, 가슴 깊숙한 곳에서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일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 그랬냐는 듯, 까맣게 잊고 있었다.

득도하면 생긴다는 여섯 가지 신통력 중 최고는?

"스님, 낼 절에 계시나요? 말차 한 잔..."
"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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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말이 필요 없었다. 일선 스님은 "보고 싶다"고 하면, 메아리처럼 "보고 잡다"고 되돌려 주었다. 불현듯 스님이 보고 싶었다. 장흥 가지산 보림사로 향했다. 콧노래가 나왔다. 사실, 그에게 질문할 게 많았다. <행복한 간화선>(일선 스님 지음, 클리어마인드 출판사)을 통해 그가 득도한 과정을 자세히 접한 터라 궁금증이 더했다. 특히 범부들이 탐하는 불가사의한 능력 다섯 가지에 관해 묻고, 상황을 직접 보고 싶었다. 득도하면 생긴다는 다섯 가지 신통력은 다음과 같다.

하나, 천안통. 몸 안팎이 투명 유리처럼 보이고 세상 모든 것을 원근 없이 볼 수 있는 능력.
둘, 신족통. 생각하는 곳을 마음대로 가고, 모양을 바꾸어 산, 물, 바위 등을 지나는 능력.
셋, 천이통. 듣는 것이 자유로워 거리에 상관없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듣는 능력.
넷, 타심통. 상대방 마음속 생각하는 바를 귀신처럼 아는 능력.
다섯, 숙명통. 반복되어 수 없는 생을 살아온 전생을 알 수 있는 능력.

여기에 최고의 경지는 여섯째로 오직 깨달은 사람만이 성취하는 부처의 경지인 '누진통'이 꼽힌다. 그러니까 보림사 일선 스님을 뵈러 가는 길은, 이런 신비 세계에 대한 물음을 통해 궁금증 등을 해소하기 위함이었다.

문재인 대통령 꿈, 같이 배 깔고 신문 보며 자다

 차, 마음을 다스리기에 적합하다. 선다일여...
▲  차, 마음을 다스리기에 적합하다. 선다일여...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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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선 스님의 책 <행복한 간화선>을 읽으면서 짧은 깨우침을 얻었다. '물'과 '관욕' 부분이었다. 천도 의식에서 행해지는 영혼에 대한 목욕 의례인 '관욕'은 대개 행사라는 일정 공간 속에서 이뤄진다. 헌데, 스님의 책에선 "한줄기 비바람이 지나가니, 산천초목은 관욕을 마치고 법열에 젖어 춤을 추고, 하늘에는 광명이 찬란할 때가 오리"라 표현되었다.

책을 읽는 도중, 이 부분에서 오싹한 전율을 느꼈다. 아!!! 산천초목이 비 맞는 광경을 관욕으로 표현하다니. 그의 넓음은 이미 시공을 초월해 있었다. 관욕은, 자주 갔던, 창원 여항산 성불사에서 부처님 오신 날 등이면 빠짐없이 했던 거라, 머릿속에 그림으로 훤히 그려진다. 그런데 스님 책에선 관욕이 행사에 그치지 않고, 자연으로 옮겨진 것이다. 비로소 크고 작음은 마음이 빚어낸 산물이라는…. 

하여, 일선 스님께 배움을 구하고자 했다. 스님께 매주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허나 시절 인연이 녹록지 않았다. 가깝고도 먼 배움의 길이었다. 배움에 대한 염원이 컸을까. 묘한 꿈을 꾸었다.

"스님. 꿈에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방바닥에 배 깔고 엎드려 신문 보다가, 문 대통령은 잠들고, 제가 그 신문을 읽는 꿈을 꾸었어요. 그런데 밖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왔다고 구름 인파가 몰린 거예요. 대중의 번지수가 잘못된 거죠. 실은 저희 집에 와서 신문 보다 자는데. 그리고 잠에서 깨면 차 대접하려고 어머니께 부탁드리려는데, 어머니께서 이미 준비해 두셨더라고요. 친한 지인에게 문재인 대통령과 차 같이 마시게 오라고 부른 후 잠에서 깼어요."

스님께 꿈 이야기를 일부 했더니, "복이 많은 사람이라 복이 떨어지지 않게 하려면, 수행을 같이 해야한다"는 소리 등이 돌아왔다. '수행'에 귀가 번쩍했다. 새로운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저 석류 제가 예전부터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스님, 이야기를 경청했다.
▲  스님, 이야기를 경청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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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마시러 오세요. 부처님께 절하고."

장흥 가지산 보림사 마당. 낯익은 사람이 보였다. 스님은 손님 두 분과 함께였다. 웃음이 찻방에서 품어져 나왔다. 처음 보는 사람이라는데, 오래 본 사람처럼 격이 없었다. 스님은 주로 경청하는 쪽이었다. 대신 차가 떨어지지 않게 살피면서, 때론 방실방실 추임새를 넣었다. 차 맛이 더없이 풍요로웠다. 손님이 일어섰다. 그들을 배웅하던 자리에 빨갛게 석류가 수줍게 속살을 드러내고 있다.

"스님, 저 석류 제가 예전부터 눈독 들이고 있었는데..."
"그래요. 제가 따줄게요. 가져가세요."

스님, 장비를 챙겨 와 석류나무 가지를 잡았다. 석류 열매를 잡고 돌렸다. 석류가 가슴으로 들어온 순간, 아! 작은 탄성이 터졌다. 석류 주인이 이미 있었다. 작은 벌레 세 마리, 석류를 맛있게 먹다 놀란 표정. 그렇지만 그들은 도망치지 않았다. '이미 내가 먼저 차지했다'는 듯, 게임 오버를 외쳤다. 벌써 진 게임이었다. 맛나게 드시라고 석류를 툇마루에 내려놓아야 했다.

그 아쉬움을 알았을까. 잠시 사라졌던 스님께서 벌어질 듯 말 듯 한 통통하고 튼실한 석류 하나를 들고 와 건넸다. 얼마나 고맙던지. 석류에 대한 추억일까. 집착일까. 어릴 적, 뒷집에 있던 석류나무와 그 맛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그렇게 차방으로 들었다. 새롭게 차 자리가 차려졌다. 고요. 침묵. 차 따르는 소리. 긴장. 침묵. 차 마시는 소리.

 익어 벌어진 석류에 고만 마음을 빼앗겼다. 일선 스님, 기꺼이 나눠주셨다.
▲  익어 벌어진 석류에 고만 마음을 빼앗겼다. 일선 스님, 기꺼이 나눠주셨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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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이 참 많습니다. 해탈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나그네 : "스님, (수행하라면서요. 그래) 수행 방법 배우러 왔습니다."
일선 스님 :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수행 방법이 따로 있답니까?"

아!!! 입 밖으로 나오는 탄성을 가까스로 집어삼켰다. 그리고 입을 떡 벌렸다. 번개보다 빠른 반성이 왔다. 마음이 부처인 것을. 이를 망각한 채, 또 밖에서 답을 구하고 있었다. 천억만 겁이 지나는 중이었다.

나그네 : "(절 마당에 깔린 모래가 관광객들의 발에 밟혀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절집 마당에 모래는 언제 깔았습니까?"
일선 스님 : "지금 깔았습니다."

나그네 : "(이 무슨 귀신 씨 나락 까먹는 소리)..."
일선 스님 : "밖에 까마귀 소리 들리지요. 저 까마귀 소리의 진정한 주인은 누구입니까?"

나그네 : "..."
일선 스님 : "까마귀 소리는 어디에서 왔습니까?"

나그네 : "... 스님 풀어 주십시요?"
일선 스님 : "(허허) 스스로 풀어야지요."

나그네 : "(죽비로 뒷통수를 호되게 맞은 기분이랄까)..."
일선 스님 : "처사님은 복이 참 많습니다. 이제 해탈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나그네 : "..."
일선 스님 : "오늘 화두가 생겼네요. 집에 가서 그 화두를 잡고 끝없이 생각하세요."

"주인이 없는데 어디서 왔냐 하십니까..."

 일선 스님,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  일선 스님,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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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문이 턱 막혔다. 머릿속에 혼란스러웠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막막했다. 고저 가만히 있는 게 상책이었다. 그렇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숨이 탁탁 막혔다. 덕분에 찻방에서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그 와중에도 석류는 챙겼다. 먼저 차지했던 주인이 사라진 뒤끝이었다. 자연은 이렇게 나눔의 미덕을 몸소 보여주었다. 집으로 오는 내내 막막했다. 해답이나 찾을 수 있을지. 술 한 잔 진하게 마시고 푹 자고 싶을 뿐!

다음 날 아침, 눈을 뜬다. 주위엔 아무도 없다. 안방 침대에 누워 베란다 문을 연다. 정신은 멍한 상태. 바다를 본다. 붉은 해가 떠오르고 있다. 앙증맞다. 각도가 여름과 사뭇 다르다. 여름엔 산에서 떴는데, 이제 바다에서 뜬다. 해를 보다가 생각이 빛처럼 인다. 그 순간 침착하리만치 무덤덤. 어떻게 이를 까마득히 모를 수 있었을까? 오전 7시 12분, 스님에게 문자 보낸다.

나그네 : "주인이 없는데 어디서 왔냐 하십니까... 석류 감사."
일선 스님 : "주인이 없는데 누가 묻고 감사하는고."

그제야 주체할 수 없는 기쁨이 밀려온다. 스님이 말씀하신, 복이 참 많다는 의미가 다가온다. 그중 하나가 '이·뭣·고' 화두다. 실제, 육조 스님의 "어떤 물건이 이렇게 왔는가?"란 질문에 꽉 막혀 8년 참구 후 깨닫고 다시 육조 스님을 찾아가 "설사 한 물건이라고 해도 맞지 않는다" 답했다던 남악회양 스님이 떠오른다. 이로 보면, 중생치곤 복이 참 많다. 수행에 열심인, 인품 있고, 인덕 있는 스님들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다.

수행, 깊어질수록 모르는 것이 드러나 하심이 되고

 장흥 가지산 보림사 찻방 창문을 통해 본 풍경이...
▲  장흥 가지산 보림사 찻방 창문을 통해 본 풍경이...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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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오기까지 53년 걸렸다. 그간의 삶을 떠올린다. 막, 만신을 받았다는 어느 보살은 "용케 스님이 되는 걸 피했다"면서 "스님이 되었으면 정말 유명한 스님이 되었을 텐데"라며 아쉬워했다. 어느 날, 김영삼 대통령 부부와 김대중 대통령 부부가 집으로 찾 온 꿈을 꾸기도 했다. 또 길을 걷는데, 하늘에서 한 줄기 빛이 내려오더니, 그 빛을 타고 공중으로 올라가더니, 다시 바다 위로 내려앉아 가부좌를 트는 기막힌 꿈도 꾸었다. 이제야 삶이 하나로 통해 있음을 알겠다. 또 가야 할 길이 멀다.

상념이 인다. 수년간, 왜, 선재동자가 53인의 선지식인을 찾아다니던 심경으로, '선문답 여행'에 머물렀는지에 도달한다. 그리고 왜, 연말에, 그토록 매달렸던, 선문답 여행을 멈추려고 마음먹고 있는지 알겠다. 왜 승려가 아닌 일반 중생 자격으로 해탈에 도전했는지 어렴풋이 알 듯하다. 몸은, 아니 영혼은 벌써 준비하고 있었던 게다.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도선 스님의 <도선비기>를 전해 받을 것 같은 그런 기분은 뭘까. 이제 그 무엇으로도 있을 수 있음이라!

다시, 스님의 책 <행복한 간화선>을 뒤적인다. 득도를 이루면 대박이 터져 인생길이 훤하게 열릴 것이라 생각한다면 그만두라신다. 자기를 과소평가하지 말고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무명의 불씨를 찾아내어 자기를 밝히고 세상을 밝히라신다. 시절 인연을 만나면 부처를 이룬다며, 깨달음에 도달하는 기연은 밖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라더니 의미를 알겠다. 간화행자는 세상 아픔을 자기 아픔으로 삼아 반드시 자비심을 발해야 한단다. 특히 가슴에 온 조언이 있었으니, 이제 시작이다.

"수행이 깊어질수록, 점점 아는 것은 사라지고, 오직 모르는 것이 드러나, 하심이 되며, 자비심이 나온다."

 장흥 가지산 보림사에도 가을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  장흥 가지산 보림사에도 가을이 가부좌를 틀고 있었다.
ⓒ 임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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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제 SNS에도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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