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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8-02-05 11:41
입춘대길
 글쓴이 : 관리자
조회 : 185  

입춘대길

올 겨울은 유난히도 추워서 천년고찰의 약숫물이 꽁꽁 얼어붙어 흐름이 끊어진지 오래 되었습니다. 도량에는 풀한포기도 남김없이 얼어 죽었습니다. 수행하는 사람은 이처럼 춥다는 감각이 극에 달하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여 일체 사량분별과 불법지견마저 회광반조하여 온전히 없에버립니다.

아침 일찍 우리절의 선차회장님이 드디어 할머니가 되었다는 반가운 문자를 받았습니다. 옛날 어머니들은 해산하려고 할 때 신발을 거꾸로 돌려놓고 방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온전히 죽음을 각오하지 않으면 새 생명의 탄생과 더불어 찾아오는 기쁨을 맞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간 얼마나 가슴조이며 손자의 순산을 기다렸는지 위로하고 비로소 온 집안의 경사가 되었으니 이제 봄입니다. 입춘대길하시라는 덕담을 전해주었습니다.

오늘은 봄기운이 일어서니 큰 행복이라는 입춘이지만 밤사이 눈이 내리고 매우 추운 날입니다. 마침 도량에 내린 눈을 쓸면서 하얀 도화지 같은 눈위에 입춘방을 쓰고 도반스님들과 지인들에게 보냈더니 참 신선하다는 답장을 받았습니다. 신도들은 입춘 불공을 마치고 떡국 공양을 나누면서 저마다 새해는 남북이 평화롭고 다가오는 동계올림픽 성공을 비는 덕담을 나눕니다. 그리고 가내가 평화롭고 삼재팔난이 없기를 바라며 모두가 행복하라고 따뜻한 마음을 건냅니다. 더불어 감사하고 덕분이라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불씨가 되어 얼음 덩어리 같은 차가운 마음을 녹여주기 때문입니다.

성도절은 인간 싯달태자가 온갖 고행과 최후의 깨닫겠다는 일념마저 포기하고 온전히 죽었을때 새벽별과 인연이 되어 깨달은 날입니다. 부처님께서는 깨닫고 나서 참으로 기이하다고 하셨습니다. “모든 중생들이 여래와 더불어 차별없는 지혜덕상을 갖추고 있구나”라고 혼자 말을 하면서 겨울 하늘에 천둥소리와 같은 인류구원의 봄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다만 중생들이 삼독의 업장에 가려져 있어 참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탄 하셨습니다. 중생들이 기나긴 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고통을 받는 원인이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부처님 성도의 소식을 접하지 못했더라면 기나긴 인생고를 어떻게 감당할 수가 있었을까 생각하면 참으로 아찔하기만 합니다.

지금 제방선원에서는 성도재일 용맹정진을 마치고 해제를 기다리고 또 한편에서는 무문관 수행과 3년 기한 장좌불와 용맹정진을 하고 있는 것은 여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모든 생명이 본래 부처라는 깨달음은 마치 한덩어리 다이아몬드 원석을 길가다가 주운것과 같아서 참으로 발심의 원동력이 아닐수가 없습니다. 여기에 의지해서 일어나는 일체 망념을 화두 의정으로 회광반조하면 일체 업식이 눈녹듯이 녹아지는 것은 시간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먼저 깨닫고나서 비로서 참다운 수행이 시작된다고 합니다. 마치 얼음 연못이 본래 물인줄 깨달았지만 녹여서 일상사에 온전히 쓰는데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어린아이가 태어날 때 비록 어른과 조금도 다름없이 이목구비를 갗추고 있지만 어른과 같은 힘을 쓰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한편 절기는 입춘이 지났지만 만산 가득 꽃피고 새우는 온전한 봄은 점차로 오기 때문입니다.

어느날 학인이 경청선사에게 물었습니다. 새해에도 불법이 있습니까

오늘이 정월 초하루이니 만물마다 모든 것이 새롭다고 대답하였습니다.

입춘날 뒷산 녹차밭의 푸름이 하늘보다 뛰어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