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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7-21 16:16
그만 가세요. 다 왔습니다.
 글쓴이 : 행하자
조회 : 3,237  
그만 가세요. 다 왔습니다.
 
본래자리 텅 빈 우리 마음은 바쁠 것도 없고, 성급할 것도 없습니다.
바쁘게 갈 일이 하나도 없는 것입니다.
 
속도를 조금 줄여 보세요.
그리고 가고 있음을 온전히 느껴보세요.
지금 이 순간을 좀 더 챙겨 보시란 말이지요.
 
속도를 늘거나 줄거나 삶의 속도는 늘고 주는 법이 없습니다.
진리의 속도는 빠르고 느리고가 없습니다.
마음이 빨라지면 빨라질수록 내 안에 어지러운 마음, 번잡한 마음, 그리고 바라는 마음, 욕심내는 마음만 자꾸 늘어갈 뿐입니다.
 
차 속도를 줄이듯 삶의 속도도 조금씩 줄여 보시기 바랍니다. 물론 수행의 속도도 조금 줄여 놓으세요.
오고 갈 곳이 없는 이 텅 빈 법계 속에 아무리 속도를 낸들 무엇이 달라지겠습니까.
우리의 감각에만 속도가 있는 것이지 내면의 본래 뜨락에는 속도가 있지 않습니다.
조금 느리게 여유로운 마음을 내면 우리의 속 뜰은 고요하고 평화로우며 여여해질 수 있습니다.
 
급한 마음에 일을 하면 업의 불길에 휩쓸리기 때문에 일을 그르치기 쉽지만,
조금 바쁘더라도 느긋한 여유로움으로 일을 하게 되면 자연스런 법계의 흐름을 타고 순리대로 일을 풀어 나갈 수 있습니다.
언제나 여유로우세요.
마음을 턱 놓고 살면 지금 이 순간 그리 바쁠 것이 없습니다.
 
바쁘고 급하다는 것은 바라는 것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고, 욕심과 집착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며,
그만큼 놓고 비우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다 놓고 가는데 바쁠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금 이대로,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여여한 존재입니다.
자꾸 어디를 가려 하고, 자꾸 무엇을 찾을려고 하시는지요.
 
그리 급하게 어디를 가고 계신가요?
우리가 바라는 일은 이미 다 이루어져 있으며,
찾고자 하는 것은 내 안에 이미 다 갖추어져 있고,
급하게 가고 있는 그 목적지는 다름 아닌 “지금 여기” 라는 것을 아셔야 합니다.
가고 오고도 없고, 나고 죽고도 없으며, 성취되고 말고도 없습니다.
 
그저 지금 이대로 여여하고 텅 비여 있거늘 바쁜 걸음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빨리 걸어도 “그 자리”이며, 천천히 걷는다 해도 여전히 “그 자리” 일 뿐입니다.
 
지금 이 자리, 본래 자리 이 자리가 우리가 그렇게 바라던 자리이며 그렇게 찾으려고 애쓰던 자리이고
급하게 뛰어 다다르려 했던 바로 그 자리인 것입니다.
지금 이 자리가 말입니다.그러니 이제 발걸음을 멈추세요.
조금 천천히 가도 늦지 않습니다.
 
우린 언제나 도착지에 여유로이 머물러 있거든요.그런데 분별을 지어 또 다른 도착지를 자꾸 찾으려 하니 답답한 거지요.
 
그만 가세요. 다 왔습니다.